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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새 법원서 ‘천덕꾸러기’…판·검사, 피해자도 다 외면하는 국민참여재판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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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2026-07-21 10:27 ·조회수 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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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중앙일보원문 보기 →
지난 9일 서울중앙지법의 한 형사법정. 사기 혐의 1심 재판을 진행하는 재판장이 서면을 들여다보다 고개를 들고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한 것이 맞나요”라고 묻자 피고인은 당황한 듯 변호인을 쳐다봤다. 그는 잠시 국선변호인과 대화한 후 “아닙니다. 잘 몰라서 신청했습니다”라며 신청을 철회했다.

‘천덕꾸러기’ 된 국민참여재판 
2008년 1월, 수년간 진통 끝에 ‘사법 민주화’의 기치 아래 탄생한 국민참여재판이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 실정이다. 지난달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위증 혐의 재판 1심이 10일이라는 역대 최장기로 진행되고, 문재인 전 대통령 역시 뇌물 사건에서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면서 제도 자체에 대한 관심을 끌었지만 형사법정에서 피고인이 국민참여재판이 무엇인지 잘 모른 채 신청했다가 철회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인적·물적 부담으로 재판부나 검사, 변호사도 대부분의 경우 국민참여재판을 꺼린다.

실제 전체 시행 건수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2013년 300건을 넘기다 2018년 100건대로 떨어졌고, 코로나19가 창궐한 2020년부터는 두 자릿수까지로 떨어졌다. 지난해 전체 대상 사건 중 국민참여재판으로 시행된 비율은 0.3%에 불과했다.


시행이 적은 원인 중 하나로는 까다로운 요건이 꼽힌다. 현행법상 국민참여재판은 ▶형사 합의부 사건 중 ▶피고인의 신청이 있고 ▶재판부가 배제 결정하지 않는 경우에 시행된다. 특히 피고인이 원해야만 시행할 수 있다는 점은 근본적 한계다. 지난 18년간 대상 사건 중 국민참여재판 신청률은 3.6%다.

국민참여재판, 절반은 ‘몰라서’ 신청 안 해
피고인의 신청률이 낮은 큰 원인은 인식 부족이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연구보고서 ‘국민참여재판 시행 10년차 평가와 정책방안 연구(2019)’에 따르면 피고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지 않은 경우 그 이유는 ‘잘 몰라서’가 48.3%(442명)로 가장 많았다.

그마저도 신청했다가 피고인이 스스로 철회하는 비율이 늘고 있다. 앞선 연구에 따르면 국민참여재판을 일단 신청했다가 철회한 이유의 52.8%(159명)도 ‘잘 몰라서’였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피고인이 국민참여재판 제도를 숙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일단 신청했다가 변호인이나 재판부의 설명을 듣고 철회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경험을 전했다.


신청 사건 중 25%가량은 법원에서 배제 결정한다. 가장 많은 이유(54.9%)를 차지하는 건 ‘국민참여재판 진행이 적절하지 않다’는 사유다. 국민참여재판 배제 결정을 해본 경험이 있는 부장판사는 “신청된 사건들 가운데는 보편적인 사람들의 생각은 어떤 건가 궁금한 사건들도 많았다”며 “그러나 성범죄는 피해자의 사생활 보호 때문에 배제할 수밖에 없었고, 횡령·배임 등 재산범죄는 기록이 방대하고 법리적 다툼이 치열해 국민참여재판에 적절치 않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6월 5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 법정 모습. '검사실 술파티 의혹' 관련 위증한 혐의로 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평화부지사에 대한 국민참여재판 준비절차가 1년 2개월만에 마무리되면서 오는 8일 배심원 선정을 시작으로 이 전 부지사의 재판이 본격적으로 열렸다. 연합뉴스

“미운 오리새끼 같은 제도, 백조로 키워야”
인적·물적 여건이 부족한 상황에서 회의론도 있다. 국민참여재판을 다수 진행해본 경험이 있는 다른 부장판사는 “국민참여재판은 특정 사건에 엄청나게 많은 자원을 투여하는 비효율적인 재판이다. 다만 배심원들의 법원 재판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법원 신뢰에도 도움을 준다는 순기능이 있기 때문에 이를 감수하는 것”이라며 “결국에는 한정된 자원을 어디에 분배할 것인가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법원행정처 연구용역으로 2014년 진행된 업무량 종합분석에 따르면 국민참여재판 1건당 판사 업무량은 일반 형사재판 업무량의 3.7∼7.6배에 달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순기능에 대한 기대는 크다. “다른 사건들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어서 사건 적체가 심할 때는 시행이 어렵지만, 비법조인의 관점에서 배우는 것도 많았다”거나 “사법부의 취약한 민주적 정당성을 보완할 수 있는 좋은 제도이고, 시대 흐름에도 맞다고 본다”는 의견이 법관들로부터 나왔다. 재경지법의 또 다른 법관은 “국민참여재판은 미운 오리새끼 같은 제도다. 잘 키우면 백조가 될 수 있는데 지난 18년간 키우지 않고 방치해 뒀다”고 비판했다. [출처: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466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