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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가 AI로 쓴 서면…환각은 눈으로 읽는 판사 몫
LegalCrew
관리자
2026-07-20 10:06 ·조회수 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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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한겨레원문 보기 →
“이상과 같이 작성해 보았습니다. 더 해드릴 게 있을까요?”
요즘 판사들은 서면 끝머리에서 이런 인공지능(에이아이)의 흔적을 심심치 않게 발견한다. 나홀로 소송 당사자들이 에이아이로 쓴 서면을, 마지막 인사말도 지우지 않은 채 법원에 내는 것이다.
에이아이는 이미 법정의 문턱을 넘어섰다. 그러나 풍경은 편리함과 거리가 멀다. 에이아이가 만든 재판 기록은 쏟아지는데, 판사들은 여전히 ‘전통적인 방식’으로 읽어내야 한다. 최경진 가천대 교수(법학)는 “변호사들은 에이아이로 서면 양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는데, 판사들은 그걸 에이아이에 넣어 정리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에 갇혀 있다”며 “불평등한 무기가 재판 지연을 심화시킨다”고 지적했다.
일선 판사의 증언은 생생하다. 수도권 지역의 한 판사는 “전자소송화 이후 서면이 너무 길어졌다. 판사는 그 방대한 ‘정크 데이터’를 일일이 읽고 씹어서 판결문에 녹여내야 한다”고 말했다.
판사의 책상에도 AI는 있다
그렇다고 판사들이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법원 내부망(코트넷) 바깥에서, 판사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에이아이를 쓰고 있다.
홍순건 인천지법 판사는 챗지피티, 클로드, 퍼플렉시티, 제미나이를 몇 년째 번갈아 써온 법원 안의 얼리어답터다. 2022년께 판사들이 자발적으로 꾸린 '인공지능연구회'에 초창기부터 참여했고, 연구회는 2024년 에이아이 스타트업들과 협업해 성능을 직접 시험했다. “서면 요약과 증거 정리, 판결문의 ‘사실관계 정리’까지 시켜봤는데 꽤 유의미한 결과물이 나왔다. 이건 공부해야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홍 판사가 말했다.
가장 확실한 효용을 입증한 영역은 ‘계산’이다. 우리나라 민사 판결은 지연이자까지 원 단위로 치밀하게 산정해야 한다. 홍 판사는 “초임 때는 계산에만 며칠씩 걸리는 사건도 있었다. 엑셀로 함수를 짜더라도 다시 검증해야 했는데, 이제 복잡한 산수를 챗지피티나 제미나이에 맡기면 교차 검증까지 2~4분 만에 끝난다”고 말했다.
고학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에이아이의 자리를 “유능한 조교”에 비유했다. 그는 “이자율이나 날짜 계산처럼 단순하지만 판사들이 스트레스받는 일은 에이아이가 맡고, 판사는 고도의 지적 작업과 자기 철학이 필요한 판단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판사들이 에이아이를 활용할 수 있는 범위는 현재로선 용어나 일반 지식 검색, 수치 계산 정도다. 정작 핵심인 ‘재판 기록 분석’에는 손도 대지 못한다. 재판 기록에는 당사자의 질병, 재산, 가족사까지 내밀한 정보가 다 들어가 있어서 외부 에이아이에 입력하는 것은 엄격히 금지된다. 판사들에게 에이아이는 ‘미완의 조력자’인 셈이다.
사법 신뢰를 흔드는 ‘가짜'의 범람
더 심각한 문제는 ‘가짜(환각·조작)’ 데이터의 범람이다. 에이아이가 그럴듯하게 꾸며낸 허구의 판례부터 조작된 녹취록, 정교하게 위조된 이미지 증거까지 법정에 들어온다. 진위를 가려내는 데만 수개월이 걸리기도 한다. 홍 판사는 “‘대법원이 이런 판결을 했을 리가 없는데’ 싶은 서면이 들어와 사건번호를 검색해 보면 대부분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만의 일도 아니다. 프랑스 파리경영대학원(HEC)의 다미앵 샤를로탱 선임연구원이 집계한 ‘에이아이 환각 사례 데이터베이스’를 보면, 지난 6월 기준 전 세계 법원에서 확인된 환각 사건은 누적 1635건이다. 미국이 1143건으로 가장 많고, 한국은 4건이다.
사법부의 대응은 세 갈래다. 먼저 ‘방어’다. 법원행정처는 태스크포스를 꾸려 가짜 판례를 낸 당사자에게 소송비용을 부담시키고, 해당 변호사는 대한변협에 징계를 의뢰하기로 했다. 누구나 판결문의 실존 여부를 즉시 확인할 수 있는 ‘허위 사건번호 확인’ 서비스도 열었다.
다음은 ‘검증’이다. 대법원은 2028년까지 제출 서류 속 판례와 법령의 진위를 자동 판별하고 쟁점을 분석하는 ‘에이아이 로클럭(재판연구원)’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마지막은 ‘활용’이다. 2030년까지 ‘인간 중심 에이아이를 통한 사법정의 구현’ 로드맵을 추진 중인데, 그 종착지는 결국 ‘법원 스스로 만든 에이아이’다. 재판 기록을 외부 서비스에 넣을 수 없다면, 기록이 밖으로 나가지 않는 법원 안의 에이아이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갈 길이 멀다. 우선 예산이다. 고학수 교수는 “판사들이 판결문을 쓰는 실제 작업 흐름에 맞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데, 법원 예산 규모로는 성능 괜찮은 게 나올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보안 문제도 관건이다. 최경진 교수는 “폐쇄망에 넣은 모델도 취약점을 통해 망을 뚫고 나갈 수 있다”며 “국정원이든 에이아이안전연구소든 정부 기관이 함께 성능과 안전을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판 기록이라는 가장 내밀한 정보를 다루는 이상, ‘유출되지 않는다’는 신뢰 없이는 법원 에이아이는 출발선에 설 수 없다.
요즘 판사들은 서면 끝머리에서 이런 인공지능(에이아이)의 흔적을 심심치 않게 발견한다. 나홀로 소송 당사자들이 에이아이로 쓴 서면을, 마지막 인사말도 지우지 않은 채 법원에 내는 것이다.
에이아이는 이미 법정의 문턱을 넘어섰다. 그러나 풍경은 편리함과 거리가 멀다. 에이아이가 만든 재판 기록은 쏟아지는데, 판사들은 여전히 ‘전통적인 방식’으로 읽어내야 한다. 최경진 가천대 교수(법학)는 “변호사들은 에이아이로 서면 양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는데, 판사들은 그걸 에이아이에 넣어 정리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에 갇혀 있다”며 “불평등한 무기가 재판 지연을 심화시킨다”고 지적했다.
일선 판사의 증언은 생생하다. 수도권 지역의 한 판사는 “전자소송화 이후 서면이 너무 길어졌다. 판사는 그 방대한 ‘정크 데이터’를 일일이 읽고 씹어서 판결문에 녹여내야 한다”고 말했다.
판사의 책상에도 AI는 있다
그렇다고 판사들이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법원 내부망(코트넷) 바깥에서, 판사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에이아이를 쓰고 있다.
홍순건 인천지법 판사는 챗지피티, 클로드, 퍼플렉시티, 제미나이를 몇 년째 번갈아 써온 법원 안의 얼리어답터다. 2022년께 판사들이 자발적으로 꾸린 '인공지능연구회'에 초창기부터 참여했고, 연구회는 2024년 에이아이 스타트업들과 협업해 성능을 직접 시험했다. “서면 요약과 증거 정리, 판결문의 ‘사실관계 정리’까지 시켜봤는데 꽤 유의미한 결과물이 나왔다. 이건 공부해야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홍 판사가 말했다.
가장 확실한 효용을 입증한 영역은 ‘계산’이다. 우리나라 민사 판결은 지연이자까지 원 단위로 치밀하게 산정해야 한다. 홍 판사는 “초임 때는 계산에만 며칠씩 걸리는 사건도 있었다. 엑셀로 함수를 짜더라도 다시 검증해야 했는데, 이제 복잡한 산수를 챗지피티나 제미나이에 맡기면 교차 검증까지 2~4분 만에 끝난다”고 말했다.
고학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에이아이의 자리를 “유능한 조교”에 비유했다. 그는 “이자율이나 날짜 계산처럼 단순하지만 판사들이 스트레스받는 일은 에이아이가 맡고, 판사는 고도의 지적 작업과 자기 철학이 필요한 판단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판사들이 에이아이를 활용할 수 있는 범위는 현재로선 용어나 일반 지식 검색, 수치 계산 정도다. 정작 핵심인 ‘재판 기록 분석’에는 손도 대지 못한다. 재판 기록에는 당사자의 질병, 재산, 가족사까지 내밀한 정보가 다 들어가 있어서 외부 에이아이에 입력하는 것은 엄격히 금지된다. 판사들에게 에이아이는 ‘미완의 조력자’인 셈이다.
사법 신뢰를 흔드는 ‘가짜'의 범람
더 심각한 문제는 ‘가짜(환각·조작)’ 데이터의 범람이다. 에이아이가 그럴듯하게 꾸며낸 허구의 판례부터 조작된 녹취록, 정교하게 위조된 이미지 증거까지 법정에 들어온다. 진위를 가려내는 데만 수개월이 걸리기도 한다. 홍 판사는 “‘대법원이 이런 판결을 했을 리가 없는데’ 싶은 서면이 들어와 사건번호를 검색해 보면 대부분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만의 일도 아니다. 프랑스 파리경영대학원(HEC)의 다미앵 샤를로탱 선임연구원이 집계한 ‘에이아이 환각 사례 데이터베이스’를 보면, 지난 6월 기준 전 세계 법원에서 확인된 환각 사건은 누적 1635건이다. 미국이 1143건으로 가장 많고, 한국은 4건이다.
사법부의 대응은 세 갈래다. 먼저 ‘방어’다. 법원행정처는 태스크포스를 꾸려 가짜 판례를 낸 당사자에게 소송비용을 부담시키고, 해당 변호사는 대한변협에 징계를 의뢰하기로 했다. 누구나 판결문의 실존 여부를 즉시 확인할 수 있는 ‘허위 사건번호 확인’ 서비스도 열었다.
다음은 ‘검증’이다. 대법원은 2028년까지 제출 서류 속 판례와 법령의 진위를 자동 판별하고 쟁점을 분석하는 ‘에이아이 로클럭(재판연구원)’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마지막은 ‘활용’이다. 2030년까지 ‘인간 중심 에이아이를 통한 사법정의 구현’ 로드맵을 추진 중인데, 그 종착지는 결국 ‘법원 스스로 만든 에이아이’다. 재판 기록을 외부 서비스에 넣을 수 없다면, 기록이 밖으로 나가지 않는 법원 안의 에이아이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갈 길이 멀다. 우선 예산이다. 고학수 교수는 “판사들이 판결문을 쓰는 실제 작업 흐름에 맞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데, 법원 예산 규모로는 성능 괜찮은 게 나올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보안 문제도 관건이다. 최경진 교수는 “폐쇄망에 넣은 모델도 취약점을 통해 망을 뚫고 나갈 수 있다”며 “국정원이든 에이아이안전연구소든 정부 기관이 함께 성능과 안전을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판 기록이라는 가장 내밀한 정보를 다루는 이상, ‘유출되지 않는다’는 신뢰 없이는 법원 에이아이는 출발선에 설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