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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가 이겼습니다. 구청의 결정은 사라집니다” 법원이 내놓은 ‘친절한 판결문’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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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galCrew
관리자
2026-06-30 10:16 ·조회수 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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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경향신문원문 보기 →
“법원은 당신을 지적장애인으로 인정합니다. 지적장애인은 배우고 이해하는 것이 다른 사람보다 많이 어려운 사람입니다. 이제 구청은 A씨에게 장애인을 위한 도움을 주어야 합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재판장 강우찬)이 지난 25일 지적장애인 A씨가 서울 양천구청장을 상대로 낸 장애정도 미해당 결정처분 취소 청구 사건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리며 작성한 판결문 내용 중 일부다.


법률용어나 관용어구가 많은 기존 판결문을 개선해 원고인 지적장애인이 이해하기 쉽도록 ‘쉬운 판결문’으로 작성한 게 특징이다. 서울행정법원이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한국형 사회법원’이 되겠다”고 공언한 뒤 내놓은 첫 쉬운 판결문 사례다.

A씨는 어린 시절 학대를 받아 아동 복지 시설과 정신병원에서 자랐다. 뇌전증·주의력 장애 등 여러 정신 장애를 진단받았다. 서울대병원에서도 지능지수(IQ) 70점 미만의 검사결과를 여러 차례 받았다. 그러나 양천구청은 “A씨가 검사를 쉽게 포기했고, 어릴 땐 지능지수가 70점을 넘었다”며 A씨의 지적장애 등록을 거절했다. 이에 A씨는 천주교 기관 등의 도움을 받아 불복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A씨 승소 판결을 내리면서 판결문 총 27쪽 중 5쪽을 A씨를 위한 쉬운 판결문으로 썼다. 이 부분엔 어려운 법률용어가 거의 쓰이지 않았다. 어투도 ‘~습니다’로 끝나는 경어체를 썼다.


판결문 첫머리에 들어가는 ‘주문’ 옆에는 괄호로 ‘판결의 결론’이라며 의미를 해설했다. 법률용어로 쓰인 주문 내용도 괄호 안 표현에선 쉽게 풀어썼다. “1. 피고가 2023년 11월 29일 원고에 대해 한 장애정도 미해당 결정 처분을 취소한다(원고 A가 재판에서 이겼습니다)”는 식이다.

판결 내용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네 개 그림으로 요약했다. 구청의 장애 미인정 처분과 그에 대한 법원 판단, 법원의 판결, 원고 승소 결과를 순서대로 나타낸 그림이다. 원고 승소라는 결과에 대해선 ‘만세를 하는 사람’ 그림을 넣었다.

이후 “법원의 판단을 알기 쉽게 알려드립니다”라며 판결 이유를 자세히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 근거에 대해 “법원은 구청의 결정이 틀렸다고 판단합니다.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라고 분명하게 짚었다. 이유 세 가지는 “첫째, 오랫동안 당신을 직접 만나고 치료한 의사들의 말은 믿을 만합니다” “당신은 병원 밖에서 혼자 생활하기 어려웠습니다” “판사도 당신이 보통의 사회생활을 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 대목에서 ‘지적장애인’ ‘지능검사’ ‘사회성 검사’처럼 어려운 단어들을 써야 할 땐, 곧바로 쉬운 한 문장씩을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번 판결에서 지방자치단체 등의 장애 인정에 대한 새 법리도 내놨다. 보건복지부 고시는 지적장애 판정 기준으로 ‘IQ 70점’을 제시하지만, 재판부는 IQ 점수만으로는 지적 장애 기준으로 충분치 않다고 봤다. 일상과 사회생활에 제약이 있는지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장애들이 복합적인 영향을 미쳐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섣불리 장애 비해당 처분을 해선 안 된다”며 구청 처분을 취소했다. 또 사회법원 취지에 따라 재판부 직권으로 소송 비용은 전액 피고인 구청이 부담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올해부터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사법접근 및 사법지원에 관한 예규’를 시행하고 있다. 이 예규는 장애인 등도 다른 사람들과 동등하게 판결문을 이해할 수 있도록 법원이 ‘이해하기 쉬운 자료’를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서울행정법원은 이번 쉬운 판결문이 대법원 예규 시행 뒤 첫 사례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