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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순간 증명해야 하는 삶"…시각장애인 수영장 거부 사건 맡은 변호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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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galCrew
관리자
2026-06-22 10:12 ·조회수 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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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뉴스1원문 보기 →
편집자주 ...프로보노는 '공익을 위하여'란 뜻의 라틴어 'pro bono publico'에서 비롯된 용어로, 그 시작은 법률서비스를 바탕으로 한 공익활동이었다. 현재 변호사들의 프로보노는 사회적 약자 및 소외계층의 인권 보호와 공익 실현에 도움이 되고 있다. 하지만 시간과 돈을 들여야 하는 자기 희생적인 활동이라, 그 활성화를 위해선 뒷받침돼야 할 것들이 아직 많은 실정이다. 뉴스1은 모든 이의 인권이 소중하게 존중받는 사회로의 변화에 힘을 보태기 위해, 누구보다도 프로보노에 열정적으로 임하고 있는 변호사와 법무법인, 공익단체를 조명하는 기사를 연재한다.



"장애인들은 매 단계 증명해야 해요. 어떻게 수영복을 갈아입고, 샤워실에 가며, 미끄러운 바닥을 지나 수영장까지 도착해야 하는지. 비장애인에게 그런 증명이 요구되진 않죠."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이 올해로 18년을 맞았지만, 장애인들은 여전히 매 순간 '증명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사단법인 온율의 임주연 변호사는 말했다.

뉴스1은 지난 16일 수영장 5곳에서 시각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모두 등록을 거부당한 A 씨를 대리해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손해배상과 차별 구제 청구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임 변호사와 정복현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를 만났다.

문제없이 수영 강습도 마쳤는데 "환불해 줄 테니 오지 마라"
평소 수영을 즐기는 시각장애인 A 씨는 지난해 5월 서울의 한 수영장을 찾았다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을 겪었다. A 씨는 등록과 1시간 강습까지 마치고 나왔는데, 수영장 관리자가 나타나 "환불해 줄 테니 나오지 말라"고 요구한 것이다.

A 씨는 "수영 강습을 받는 동안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고 항변했지만 "민간기관이기 때문에 고객을 가려 받을 권리가 있다"는 말뿐이었다. 입씨름은 한동안 더 이어졌지만, A 씨는 결국 환불을 받고 수영장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

두 변호사는 A 씨가 겪은 일이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금지하는 '차별'에 해당한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정 변호사는 "민간기관이라고 장애를 이유로 시설이나 서비스 이용을 거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 법은 장애를 이유로 정당한 사유 없이 제한·배제·분리·거부하는 행위를 차별행위로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당한 사건이지만 재판은 험난하다. A 씨 사건은 업주가 장애인을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가 쟁점인데, 우리나라는 이 범위를 넓게 인정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12년 대전의 한 목욕탕에서 발생한 시각장애인 입장 거부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대전지법은 목욕탕 업주에게 입장을 거부한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고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정 변호사는 "이 판결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정당한 사유'를 지나치게 넓게 해석해, 조금이라도 추가적인 조력이나 배려가 필요한 경우 대부분의 직접 차별에 면죄부를 줄 위험이 있다"며 "이는 법 제정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관련 판례가 현저히 부족한 점도 재판을 진행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정 변호사는 "이 소송을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이 비슷한 판례가 너무 부족하다는 것"이라며 "체육시설·수영장처럼 일상적인 여가 영역 사건에 대한 판례는 특히 드물다"고 지적했다.

"장애인도 스스로 행동에 책임질 권리 있어…우리 사회도 진일보 중"
A 씨는 이 외에도 5곳의 수영장의 문을 두드렸지만 모두 등록을 거부당했다.

두 변호사는 이 자체가 한국 사회에서 장애인의 체육·문화시설 접근권의 현실을 드러내는 것이라며 씁쓸해했다.

임 변호사는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스스로 위험을 감수하고, 선택한 행동에 본인이 책임을 질 권리가 있는데 장애인에게만 유독 과잉보호를 이유로 배제가 정당화되고 있다"며 "장애인들의 선택은 존중의 대상이자 책임의 근거"라고 말했다.

정 변호사 역시 "비장애인이 패러글라이딩처럼 위험한 취미를 즐긴다고 해서 법이 나서서 '하지 말라'고 금지하지 않지 않느냐"고 되물으며 "법원이 더 이상 '위험하니 막아야 한다'는 보호주의적인 시선에 머물러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물론 이들은 우리 사회가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이후 조금씩 전진하는 과정에 있다고 평가했다.

임 변호사는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의무 대상을 지나치게 좁게 정한 시행령을 14년 넘게 고치지 않은 국가의 책임을 인정한 판결을 언급했다.

이 판결에서 대법원은 경사로 등 편의시설 설치 의무를 편의점, 약국 등 소매점까지 확대하지 않은 입법 부작위가 장애인의 접근권을 침해했다고 봤다.

임 변호사는 "이 판단처럼 14년 전에 비해 우리 사회의 시민 인식과 법원 인식이 많이 달라진 것 같다"며 "(이번 소송에서도)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이지 않던 이들을 보다…이들이 장애인 공익 변론을 하는 이유
임 변호사가 처음 변호사 자격증을 따고 근무한 곳은 서울중앙지법이었다. 그곳에서 재판연구원으로 3년간 근무하던 중 '시각장애인의 놀이기구 탑승권' 사건을 접하면서 공익 변호사의 길로 들어섰다고 했다.

지난 2015년 놀이공원 에버랜드가 시각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롤러코스터 탑승을 제한한 사건에서 1·2심이 모두 "시각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일률적으로 탑승을 제한한 것은 차별"이라는 판결을 한 사건이다.

임 변호사는 "법조인이 된 처음부터 공익변호사를 꿈꿨지만,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다는 것을 알게 돼 재판연구원으로 일을 시작했다"며 "그러다 에버랜드 사건을 접하고 '나는 원래 이런 일을 하고 싶었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길로 공익변호사가 됐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일본에서의 교환학생 경험을 회고하며 "일본에서는 장애인들이 사회에 나와 일상적인 생활과 활동을 하는데 우리나라는 일상에서 장애인을 찾아보기가 힘들었던 것 같다"며 "거기서 처음 문제의식을 느꼈다"고 말했다.

율촌과 온율은 함께 법률 소외 계층을 대상으로 한 무료 공익 변호 활동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최근에는 발달 지연 아동들에 대한 조기 개입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법을 마련하고자 율촌 소속 변호사들로 구성된 TF가 온율에 꾸려지기도 했다.

율촌은 "앞으로도 법률지원이 절실한 사회적 약자와 소외계층을 위한 공익활동을 지속해서 확대하고,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공익 프로젝트를 적극 추진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