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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 인사이드] “군대 가면 터번 벗어야 하나”… 다문화 병역 시대 새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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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galCrew
관리자
2026-05-26 10:21 ·조회수 1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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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조선비즈원문 보기 →
최근 헌법재판소가 "육군의 짧은 두발 규정이 시크교도인 자신의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20대 남성이 낸 헌법소원을 각하했다. 이 남성은 입대 후 일주일 만에 질병으로 귀가 조치됐고, 이후 현역 복무 대상에서 제외돼 실제로 두발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다문화 사회가 진전되면서 향후에는 '군대에서 터번을 쓸 권리'가 본격적인 법적 쟁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귀화한 인도계 시크교도 한국인의 자녀들이 몇 년 뒤 병역 의무 대상 연령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크교도라 머리 못 자른다"… 두 차례 헌법소원 모두 각하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지난달 29일 윤모씨가 육군 두발 규정을 상대로 낸 헌법소원 심판 청구를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각하했다.

윤씨는 2015년 5월 병역판정검사에서 현역병 입영 대상 처분을 받았다. 이후 2021년 5월 '2021년 12월 13일 육군훈련소에 입영하라'는 통지를 받았다.

윤씨는 같은 해 7월 헌법소원을 냈다. 그는 "시크교 교리에 따르면 머리카락을 자르지 않고 터번을 써야 한다"며 "입대하면 머리를 짧게 자르도록 하는 군 두발 규정은 종교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윤씨는 대학 편입학을 이유로 입영을 연기했다. 헌법소원 결론이 나오기 전인 2022년 12월 28일 입영했지만, 훈련소에서 질병이 발견돼 이듬해 1월 4일 귀가 조치됐다. 지난해 5월 재신체검사에서는 군 복무를 하지 않는 신체등급 5급 판정을 받았다.

헌재는 윤씨가 현역으로 군 복무를 하지 않게 된 만큼, 육군 두발 규정으로 인해 현재 기본권 제한을 받고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실제 침해가 발생하지 않았으므로 헌법소원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취지다.

윤씨는 2017년에도 같은 취지로 헌법소원을 냈지만 당시에도 각하됐다. 헌재는 당시 "청구인이 주장하는 기본권 침해 우려는 장래 잠재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것에 불과하다"고 봤다. 실제 입대해 두발 규정의 적용을 받는 상황이 돼야 위헌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는 의미다.

법조계에 따르면 윤씨는 부모가 모두 한국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헌재는 심리 과정에서 윤씨에게 소통하고 있는 교단 지도자의 이름과 종교시설 주소 등을 제출하라고 요구했지만, 윤씨는 이를 명확히 설명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크교는 15세기 중반 인도 북서부 펀자브 지방에서 힌두교와 이슬람교의 영향을 받아 형성된 종교다. 전 세계 신도는 약 3000만명으로, 대부분 인도계다. 시크교도는 '신이 준 모습을 훼손하지 않는다'는 교리에 따라 머리카락과 수염을 자르지 않고 터번을 착용한다.

◇귀화 시크교도 자녀 병역 대상 되면 논란 재점화 가능성

이번 사건에서 헌재는 '군에 입대한 시크교도에게 머리를 짧게 자르고 터번을 쓰지 못하게 하는 것이 종교의 자유 침해인지'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 윤씨가 실제 현역 복무를 하지 않게 되면서 본안 판단을 피한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가 다시 제기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국내에 거주하는 시크교도는 약 1000명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시크교 사원인 구루드와라는 경기 포천시에 전국에서 한 곳뿐이다.

포천 구루드와라 관계자인 하다산 싱씨는 "귀화해 한국 국적을 가진 인도계 시크교도가 50명가량 된다"며 "자녀가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교인들도 있어 몇 년 뒤에는 병역 대상 연령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시크교도 군인의 터번 착용을 허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인도에서는 시크교도 군인이 군모 대신 터번을 착용하고 복무한다. 터번 위에는 소속 부대의 표지를 부착한다. 일반 방탄모를 쓰기 어려운 경우에는 터번 형태에 맞춘 특수 방탄모를 사용하기도 한다.

영국도 시크교도 군인의 터번 착용을 오래전부터 허용해 왔다. 영국은 과거 인도를 식민지로 통치했던 역사적 배경 때문에 시크교도 병사의 복무 문제를 일찍부터 다뤄왔다. 2012년에는 버킹엄궁 근위대에 배치된 시크교도 병사가 전통적인 털모자 대신 터번을 착용해 주목받았다.

캐나다에서도 시크교도는 터번을 쓴 채 군 복무를 할 수 있다. 시크교도이자 군 장교 출신인 하르지트 싱 사잔은 2015년 캐나다 국방장관에 임명되기도 했다. 그는 군 복무 당시 수염 때문에 방독면이 얼굴에 완전히 밀착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방독면을 개조했고, 관련 특허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은 한때 방탄모와 방독면 착용 문제 등을 이유로 터번 착용을 제한했지만, 2017년부터 미 육군에서 터번과 히잡 착용을 전면 허용했다. 다만 터번은 전투복의 위장무늬나 색상과 맞춰야 한다. 또 방독면을 반드시 착용해야 하는 작전에서는 지휘관이 면도를 요구할 수 있다.